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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텃밭에서

글/한영(dohk61)시골집 텃밭에 🏡불쑥 나타난 나를 보고 형제들이 깜짝 놀랐네.모처럼 오랜만에 오형제가 한자리에 모였다.고추, 가지, 푸성귀들 두 누나의 땀과 정성으로 파릇파릇 살아 숨 쉬고.오늘은 텃밭 한 켠 빈자리에 수박, 단호박, 오이 모종이 살며시 뿌리내리던 날.나는 이미 심어놓은 호박을 보며 "호박은 울타리 밑에 심어야지!"입으로만 거들었네.포도나무 그늘 아래 모여 앉아 아이스크림을 빨고, 수박조각을 씹으며, 우리의 이야기는 초여름 햇살처럼 피어나네.- 양주 백석에서 -2025년 5월 31일

장수동 은행나무

장수동의 800년 된 은행나무, 정말 멋진 나무죠! 인천 남동구 장수동 만의골 입구에 자리한 이 은행나무는 수령 약 8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 약 30m, 둘레는 8.6m에 달하는 거목입니다. 1992년 인천시 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되었다가, 2021년 2월에는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62호로 승격 지정되었습니다.은행나무 앞에서글/한영(dohk61)은행나무 옆을 지날 때면우리 두리두바퀴는조금 천천히, 아주 조용히 달린다.다섯 갈래 가지가하늘도 품고, 땅도 감싸 안고—바람결 따라 살며시 발길을 멈춘다.가을이 되면황금빛 잎사귀가페달 밑으로 수북이 내려앉겠지.우린 그 위를미끄러지듯 지나가겠지…ㅎㅎ말없이 웃고,속삭이듯 기억한다.수백 해를 서 있던 저 나무처럼우리의 하루도천천히, 오래도록남기를 바란다.

여우비 내리던 농로에서

여우비 내리던 농로에서글/한영(dohk61)햇살이 내려앉은 농로,어린 모 사이로여우비가빗방울로 조용히원을 그리기 시작한다.그칠 듯 머뭇대더니잠시 후—후드득, 후드득하늘이 말을 꺼낸다.우비도 없고,화낼 일도 아닌 오후.우리 두리두바퀴는햇살과 빗줄기 사이를그냥,조용히페달에 힘을 더한다.— 서창동 농로에서 —2025년 5월 29일 오후

초여름의 바람을 따라

초여름의 바람을 따라글/한영(dohk61)따사로운 햇살이장수천 물결 위로 내려앉고우리 두리두바퀴는그 빛을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길가엔 해당화가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며“안녕” 인사하고,푸르름 가득한 숲길이우릴 품에 안아준다.인천대공원에 닿으면하늘 향해 자란 메타세쿼이아가양팔 벌려 길을 열고,장미꽃밭의 붉은 속삭임에우리도 웃음꽃을 닮아 핀다.잠시 쉬며바람과 눈 맞추고,다시 달려간다.넓은 보리밭—이른 발길이 스쳐간 흔적 속에우리의 시간도조용히 스며든다.바람을 안고,햇살을 업고,우리는 오늘도 달린다.추억은 페달 위에 쌓이고하루는 그 위를 따라 흐른다.- 인천대공원에서 -2025년 5월 29일 목요일

왕자핑의 점프 대모험

이 이야기는 여섯 살 우주가 들려준,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과 상상이 뒤섞인 작은 모험입니다.옛날에 왕자핑이 섬에서 살고 있었어. 근데 섬에서 살고 있었더니 말을 타고 육지에 갔더니.왕자핑이 다 왔어 그래가지고 말을 멈추고 보석을 따러간 다음 언제 다 오는 거야, 쿵쿵! 이렇게 했어 참고 그만 가보니까 너무 금방 왔어.그래가지고 맛을 보면 짚고 점프 점프 뛰었어. 그래가지고 돌멩이를 점프점프 뛰어 가지고, 에메랄드를 주어서 오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을 점프하고 잡았어.말을 다시 타고 다시 돌아왔어. 끝이야."

쉼표 하나, 가는 봄

글/한영(dohk61)쏟아지는 햇살을 뒤로하고,달리던 페달을 살며시 멈춘다.나무 그늘 벤치 위,조용한 쉼표처럼 나란히 앉는다.정성껏 싸 온 도시락,젓가락 끝에 사랑이 담겨 있다.벤치 앞 습지엔 갈대들이바람의 손길에 스르르,속삭이듯 노래하고—나뭇가지 사이에서, 갈대숲 속에서,작은 새들 목청껏 봄을 부른다.그늘 속 벤치마다누군가의 봄이 머무르고,우리의 시간도그 속에 조용히 젖어든다.잠시 머문 봄을 접고,다시 길을 떠난다.들판과 논, 곳곳에어린 모가 가지런히 심어져 있고,모를 기다리는 논엔바람이 빨래판 같은 물결을 일으키며조용히 스쳐간다.-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2025년 5월 26일 월요일

같은 시간을 바라보다

글/한영(dohk61)작은 섬들이 모여붉은 태양을 품는다.그중 하나, 봉우리 위로해는 천천히 내려앉고바다는 말없이 빛을 받아붉은 숨결로 물든다.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사람들은 말없이 서 있다.누구도 소리 내지 않고노을 속으로 마음을 기댄다.하루의 끝이이토록 아름답다니 —섬도, 사람도,해조차도잠시 같은 시간을 바라본다.- 세방낙조 전망대에서 -

궁평항, 노란 꽃잎, 푸른 바다

2025년 5월 22일 목요일글/한영(dohk61)햇살은 오늘말없이 등을 밀어주었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딱 그만큼의 온기로...길가엔아카시아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고,황금계국 노란 꽃잎은바람에 살랑이며 인사를 건넨다.울퉁불퉁 비포장길갑작스레 멈춘 두 바퀴펑크 난 바퀴처럼우리도 잠시 멈춰 섰다.다시 굴러간다.영종로 자전거길은 비교적 부드러웠다.하지만 역풍은 슬그머니 앞을 막아섰다.그 바람 속에서도우리는 웃으며 달렸다.궁평항에 닿자우리가 먼저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낚싯줄 드리운 풍경 속우리의 여정도 조용히 풀려나갔다.물회 한 그릇,식지 않은 오후 햇살 속에서우린 다시 페달을 밟는다.순풍은 등을 밀고엉덩이는 조용히 불평을 시작한다.안산이 보인다.‘이제 다 왔겠지?!’익숙한 풍경이 하나둘 손을 흔든다.집이 가..

아카시아 꽃길 위에서

글/한영(dohk61)비를 데려오려는지회색빛 하늘 아래바람은 살랑살랑, 속삭입니다.시흥갯골생태공원 아카시아 꽃길,두리두바퀴, 우리 부부는 자전거 위에 조용히 몸을 실었습니다.앞에는 나,뒤에는 아내.나란히 맞추는 페달 소리엔우리의 긴 시간과 마음이 담겨차분히 흘러갑니다.흙길을 구르는 바퀴 소리는샤르르, 샤르르―그 속삭임에 마음도 부드러워지고,하얗게 핀 아카시아꽃 사이로수줍은 듯 찔레꽃도바람에 살랑이며 인사를 건넵니다.달콤한 아카시아 꽃향기가코끝을 간지럽히는 순간,“자기야, 향기 좋지?”아내의 미소가 피어오르고,세상은 그 웃음 하나에잠시 멈춘 듯 고요해졌습니다.말없이 달리는 길 위에서함께 걸어온 날들을 떠올리고,지금 이 순간,참 고맙다는 마음이 피어납니다.계절은 흘러가도오늘 이 꽃길,이 웃음, 이 향기…우리..

찔레꽃의 속삭임

글/한영(dohk61)봄 햇살을 이고비바람을 조용히 견뎌 낸 찔레꽃 하나,현관 앞 고요한 오후를 물들인다.오랜 벗 같아라,말없이 너를 기다려 주었지.문득 떠오른다.어린 날 밭으로 향하던 길,개울가에 수줍게 피어 있던 찔레꽃 무리들.지금 이 꽃도그때 그 꽃일까.시간을 건너와다시 너의 곁에 피었을까.살포시 속삭인다.“나는 늘 여기 있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