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햇살을 뒤로하고,
달리던 페달을 살며시 멈춘다.
나무 그늘 벤치 위,
조용한 쉼표처럼 나란히 앉는다.
정성껏 싸 온 도시락,
젓가락 끝에 사랑이 담겨 있다.
벤치 앞 습지엔 갈대들이
바람의 손길에 스르르,
속삭이듯 노래하고—
나뭇가지 사이에서, 갈대숲 속에서,
작은 새들 목청껏 봄을 부른다.
그늘 속 벤치마다
누군가의 봄이 머무르고,
우리의 시간도
그 속에 조용히 젖어든다.
잠시 머문 봄을 접고,
다시 길을 떠난다.
들판과 논, 곳곳에
어린 모가 가지런히 심어져 있고,
모를 기다리는 논엔
바람이 빨래판 같은 물결을 일으키며
조용히 스쳐간다.
-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
2025년 5월 26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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