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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다 떠오른 생각, 나무가 가르쳐준 계절의 마음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바람이 전해주는 자연의 속삭임에문득 마음이 머무를 때가 있어요.오늘도 그렇게,길가에 서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다그들의 사계절 속 마음을 다시 떠올려봅니다.---나무는요…🌳🌿 봄이 오면 나무는 조심스럽게 새싹을 틔웁니다.부드러운 햇살 아래,살며시 그늘을 만들 준비를 하지요.다가올 여름을 미리 약속하듯이요.🌲 여름이 되면 잎이 무성해져커다란 그늘을 드리웁니다.지친 이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그늘 속에 시원한 품을 내어주는 거죠.🍁 가을이 오면 잎은 붉고 노랗게 물들며,하나 둘 바람에 실려 떨어집니다.햇살이 다시 땅 위로 스며들게 하려는작고도 고요한 배려입니다.🪾 겨울에는 모든 잎을 내려놓고,앙상한 가지만 남겨둡니다.춥고 긴 계절 속에서도햇볕이 닿을 수 있도록끝까지 자리를 내..

땀으로 여는 아침

오늘도 달린다,멈춰선 세상 위,고요한 베란다의 작은 출발선에서.천천히,페달에 말을 건넨다.조금씩 힘을 싣자,몸 깊숙한 곳에서 열이 깨어난다.기어비를 낮추고,속도를 높인다—들썩이는 엉덩이,움직이는 나의 의지.이마에서,목덜미에서,가슴 한가운데에서첫 땀방울이 솟는다.그 땀은말 없이 흘러바닥에 작은 연못을 만든다.잠시,심장을 다독이며호흡을 고른다.그러다 다시—더 빠르게, 더 깊게.내 안의 구름이비가 되어 쏟아진다.숨을 고르고,수건으로 시간을 닦아내듯땀을 닦는다.그리고,멈춘다.시원한 샤워로 마무리하고,이제—오늘 하루를 향해달려간다.두 다리로,상쾌하게.ㅡ 2025년 6월 6일 ㅡ

손주와 한강에서

오늘은 문득대통령 선거일로 유치원이 쉬는 날이라일을 멈추고 두 바퀴를 꺼냈다.우리 셋,앞에는 나,그 뒤로 아내,그리고 가장 뒤에 손주가 앉았다.아라뱃길에 이르자손주의 눈이 반짝였다.이젠 두 번째지만 뒤에 타는 건 아직 어색한 듯, 그 눈엔 여전히 설렘이 가득했다.나는 조심스레천천히 페달을 밟았지만,손주는 외쳤다.“더 빨리, 할아버지!”햇살이 웃고바람이 등을 밀었다.우리는 그렇게, 달렸다.방화대교 아래,쉼터에 사람들이 모여 있고손주는 어른들 운동기구 위에서세상 다 가진 듯 놀았다.조금 더, 더 멀리우린 다시 페달을 밟았다.양화대교 아래놀이터에서 멈춘 순간,손주는 그곳에서 떠날 줄 몰랐다.세상은 지금그 작은 손에 꼭 쥐어져 있었고나는 한참을 바라보다“또 오자” 조용히 말한다.해 기울기 전에우리는 출발지로..

흐린 날, 풍경 속을 걷다

비 소식 들려오던 아침,창밖엔 조용히 빗방울이 맺히고우린 말없이 배낭을 메었다.두 바퀴는 오늘 잠들어 있고우린 두 발로,달리던 그 길을느리게, 이야기꽃 피우며 걷는다.서창동 연못가엔연꽃이 발길을 붙잡고마음도 함께 머문다.소래습지생태공원,갈대숲 사이 새들은 노래하고탐방로 옆, 보라빛 광대싸리가 조용히 웃는다.발아래 털부들은 바람 따라 살랑이며우리를 풍경 속으로 이끈다.오랜 세월 소금꽃 피우던 염전창고는 지친 허리 굽히고,짠내 가득했던 염전도오늘은 조용히 쉰다.돌아오는 길,줄지어 선 붉은 넝쿨장미가우리 마음 한켠을 설레게 하고,그리고메밀냉면 한 그릇 앞에 앉아우린 오늘 하루를조용한 시처럼 마무리한다.ㅡ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ㅡ 2025년 6월 2일

시골집 텃밭에서

시골집 텃밭에 🏡불쑥 나타난 나를 보고 형제들이 깜짝 놀랐네.모처럼 오랜만에 오형제가 한자리에 모였다.고추, 가지, 푸성귀들 두 누나의 땀과 정성으로 파릇파릇 살아 숨 쉬고.오늘은 텃밭 한 켠 빈자리에 수박, 단호박, 오이 모종이 살며시 뿌리내리던 날.나는 이미 심어놓은 호박을 보며 "호박은 울타리 밑에 심어야지!"입으로만 거들었네.포도나무 그늘 아래 모여 앉아 아이스크림을 빨고, 수박조각을 씹으며, 우리의 이야기는 초여름 햇살처럼 피어나네.- 양주 백석에서 -2025년 5월 31일

장수동 은행나무

장수동의 800년 된 은행나무, 정말 멋진 나무죠! 인천 남동구 장수동 만의골 입구에 자리한 이 은행나무는 수령 약 8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 약 30m, 둘레는 8.6m에 달하는 거목입니다. 1992년 인천시 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되었다가, 2021년 2월에는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62호로 승격 지정되었습니다.은행나무 앞에서은행나무 옆을 지날 때면우리 두리두바퀴는조금 천천히, 아주 조용히 달린다.다섯 갈래 가지가하늘도 품고, 땅도 감싸 안고—바람결 따라 살며시 발길을 멈춘다.가을이 되면황금빛 잎사귀가페달 밑으로 수북이 내려앉겠지.우린 그 위를미끄러지듯 지나가겠지…ㅎㅎ말없이 웃고,속삭이듯 기억한다.수백 해를 서 있던 저 나무처럼우리의 하루도천천히, 오래도록남기를 바란다.

여우비 내리던 농로에서

여우비 내리던 농로에서햇살이 내려앉은 농로,어린 모 사이로여우비가빗방울로 조용히원을 그리기 시작한다.그칠 듯 머뭇대더니잠시 후—후드득, 후드득하늘이 말을 꺼낸다.우비도 없고,화낼 일도 아닌 오후.우리 두리두바퀴는햇살과 빗줄기 사이를그냥,조용히페달에 힘을 더한다.— 서창동 농로에서 —2025년 5월 29일 오후

초여름의 바람을 따라

초여름의 바람을 따라따사로운 햇살이장수천 물결 위로 내려앉고우리 두리두바퀴는그 빛을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길가엔 해당화가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며“안녕” 인사하고,푸르름 가득한 숲길이우릴 품에 안아준다.인천대공원에 닿으면하늘 향해 자란 메타세쿼이아가양팔 벌려 길을 열고,장미꽃밭의 붉은 속삭임에우리도 웃음꽃을 닮아 핀다.잠시 쉬며바람과 눈 맞추고,다시 달려간다.넓은 보리밭—이른 발길이 스쳐간 흔적 속에우리의 시간도조용히 스며든다.바람을 안고,햇살을 업고,우리는 오늘도 달린다.추억은 페달 위에 쌓이고하루는 그 위를 따라 흐른다.- 인천대공원에서 -2025년 5월 29일 목요일

왕자핑의 점프 대모험

이 이야기는 여섯 살 우주가 들려준,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과 상상이 뒤섞인 작은 모험입니다.옛날에 왕자핑이 섬에서 살고 있었어. 근데 섬에서 살고 있었더니 말을 타고 육지에 갔더니.왕자핑이 다 왔어 그래가지고 말을 멈추고 보석을 따러간 다음 언제 다 오는 거야, 쿵쿵! 이렇게 했어 참고 그만 가보니까 너무 금방 왔어.그래가지고 맛을 보면 짚고 점프 점프 뛰었어. 그래가지고 돌멩이를 점프점프 뛰어 가지고, 에메랄드를 주어서 오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을 점프하고 잡았어.말을 다시 타고 다시 돌아왔어. 끝이야."

쉼표 하나, 가는 봄

쏟아지는 햇살을 뒤로하고,달리던 페달을 살며시 멈춘다.나무 그늘 벤치 위,조용한 쉼표처럼 나란히 앉는다.정성껏 싸 온 도시락,젓가락 끝에 사랑이 담겨 있다.벤치 앞 습지엔 갈대들이바람의 손길에 스르르,속삭이듯 노래하고—나뭇가지 사이에서, 갈대숲 속에서,작은 새들 목청껏 봄을 부른다.그늘 속 벤치마다누군가의 봄이 머무르고,우리의 시간도그 속에 조용히 젖어든다.잠시 머문 봄을 접고,다시 길을 떠난다.들판과 논, 곳곳에어린 모가 가지런히 심어져 있고,모를 기다리는 논엔바람이 빨래판 같은 물결을 일으키며조용히 스쳐간다.-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2025년 5월 26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