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용자전거 23

6월의 장미가 부른 일만이와 오만이

6월의 어느 날,우리 두리두바퀴는 평소처럼자전거길을 천천히 달렸어요.넝쿨장미가 줄지어 활짝 웃고 있었고,우리는 마치 장미의 사열을 받듯느긋하게 페달을 밟았어요.그런데,어라! 페달이 저절로 멈췄어요.바로 저 넝쿨장미 때문이었죠.맞은편에서 또 다른 장미가"이리 오세요~" 하고 손짓하듯웃고 있었거든요.우리는 풀숲을 헤치고그녀(?)에게 다가갔어요.그런데 그 장미 옆 어디선가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죠."저… 나 좀 데려가 주세요."눈을 돌리니,허걱!풀밭에 누워 있는 일만이!조금 옆에선 오만이도수줍게 손을 흔들고 있었죠."저도요, 여기 있어요…!"둘 다 얼마나 외로웠을까?사람 발길 닿지 않는 풀숲에서며칠을 그렇게…우리는 그 둘을조심스레 품에 안았어요.장미보다 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ㅡ또 다른 그 장미의 이름..

바퀴가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따사로운 햇살이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을 때,우리는 천천히시흥 갯골을 향해 달렸다. 🚴흙길 위에바퀴를 올리자첫 음이 조용히 흘러나왔다.샤르르, 사각사각, 바사삭—마치,오래된 바이올린이 🎻흙에 섞인 선율을 켜는 듯.바퀴는흙의 결에 따라다채로운 음색의 악보를 넘겼다. 🎼우리는두 바퀴 위의 연주자흐르듯 이어지는 음악에 맞춰마음도 함께 굴러갔다.햇살과 흙, 바퀴,그리고우리 사이에하나의 노래가 완성되었다. 🎶 ㅡ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ㅡ 2025년 6월 12일

손주와 한강에서

오늘은 문득대통령 선거일로 유치원이 쉬는 날이라일을 멈추고 두 바퀴를 꺼냈다.우리 셋,앞에는 나,그 뒤로 아내,그리고 가장 뒤에 손주가 앉았다.아라뱃길에 이르자손주의 눈이 반짝였다.이젠 두 번째지만 뒤에 타는 건 아직 어색한 듯, 그 눈엔 여전히 설렘이 가득했다.나는 조심스레천천히 페달을 밟았지만,손주는 외쳤다.“더 빨리, 할아버지!”햇살이 웃고바람이 등을 밀었다.우리는 그렇게, 달렸다.방화대교 아래,쉼터에 사람들이 모여 있고손주는 어른들 운동기구 위에서세상 다 가진 듯 놀았다.조금 더, 더 멀리우린 다시 페달을 밟았다.양화대교 아래놀이터에서 멈춘 순간,손주는 그곳에서 떠날 줄 몰랐다.세상은 지금그 작은 손에 꼭 쥐어져 있었고나는 한참을 바라보다“또 오자” 조용히 말한다.해 기울기 전에우리는 출발지로..

장수동 은행나무

장수동의 800년 된 은행나무, 정말 멋진 나무죠! 인천 남동구 장수동 만의골 입구에 자리한 이 은행나무는 수령 약 8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 약 30m, 둘레는 8.6m에 달하는 거목입니다. 1992년 인천시 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되었다가, 2021년 2월에는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62호로 승격 지정되었습니다.은행나무 앞에서은행나무 옆을 지날 때면우리 두리두바퀴는조금 천천히, 아주 조용히 달린다.다섯 갈래 가지가하늘도 품고, 땅도 감싸 안고—바람결 따라 살며시 발길을 멈춘다.가을이 되면황금빛 잎사귀가페달 밑으로 수북이 내려앉겠지.우린 그 위를미끄러지듯 지나가겠지…ㅎㅎ말없이 웃고,속삭이듯 기억한다.수백 해를 서 있던 저 나무처럼우리의 하루도천천히, 오래도록남기를 바란다.

여우비 내리던 농로에서

여우비 내리던 농로에서햇살이 내려앉은 농로,어린 모 사이로여우비가빗방울로 조용히원을 그리기 시작한다.그칠 듯 머뭇대더니잠시 후—후드득, 후드득하늘이 말을 꺼낸다.우비도 없고,화낼 일도 아닌 오후.우리 두리두바퀴는햇살과 빗줄기 사이를그냥,조용히페달에 힘을 더한다.— 서창동 농로에서 —2025년 5월 29일 오후

초여름의 바람을 따라

초여름의 바람을 따라따사로운 햇살이장수천 물결 위로 내려앉고우리 두리두바퀴는그 빛을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길가엔 해당화가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며“안녕” 인사하고,푸르름 가득한 숲길이우릴 품에 안아준다.인천대공원에 닿으면하늘 향해 자란 메타세쿼이아가양팔 벌려 길을 열고,장미꽃밭의 붉은 속삭임에우리도 웃음꽃을 닮아 핀다.잠시 쉬며바람과 눈 맞추고,다시 달려간다.넓은 보리밭—이른 발길이 스쳐간 흔적 속에우리의 시간도조용히 스며든다.바람을 안고,햇살을 업고,우리는 오늘도 달린다.추억은 페달 위에 쌓이고하루는 그 위를 따라 흐른다.- 인천대공원에서 -2025년 5월 29일 목요일

궁평항, 노란 꽃잎, 푸른 바다

2025년 5월 22일 목요일햇살은 오늘말없이 등을 밀어주었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딱 그만큼의 온기로...길가엔아카시아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고,황금계국 노란 꽃잎은바람에 살랑이며 인사를 건넨다.울퉁불퉁 비포장길갑작스레 멈춘 두 바퀴펑크 난 바퀴처럼우리도 잠시 멈춰 섰다.다시 굴러간다.영종로 자전거길은 비교적 부드러웠다.하지만 역풍은 슬그머니 앞을 막아섰다.그 바람 속에서도우리는 웃으며 달렸다.궁평항에 닿자우리가 먼저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낚싯줄 드리운 풍경 속우리의 여정도 조용히 풀려나갔다.물회 한 그릇,식지 않은 오후 햇살 속에서우린 다시 페달을 밟는다.순풍은 등을 밀고엉덩이는 조용히 불평을 시작한다.안산이 보인다.‘이제 다 왔겠지?!’익숙한 풍경이 하나둘 손을 흔든다.집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

아카시아 꽃길 위에서

비를 데려오려는지회색빛 하늘 아래바람은 살랑살랑, 속삭입니다.시흥갯골생태공원 아카시아 꽃길,두리두바퀴, 우리 부부는 자전거 위에 조용히 몸을 실었습니다.앞에는 나,뒤에는 아내.나란히 맞추는 페달 소리엔우리의 긴 시간과 마음이 담겨차분히 흘러갑니다.흙길을 구르는 바퀴 소리는샤르르, 샤르르―그 속삭임에 마음도 부드러워지고,하얗게 핀 아카시아꽃 사이로수줍은 듯 찔레꽃도바람에 살랑이며 인사를 건넵니다.달콤한 아카시아 꽃향기가코끝을 간지럽히는 순간,“자기야, 향기 좋지?”아내의 미소가 피어오르고,세상은 그 웃음 하나에잠시 멈춘 듯 고요해졌습니다.말없이 달리는 길 위에서함께 걸어온 날들을 떠올리고,지금 이 순간,참 고맙다는 마음이 피어납니다.계절은 흘러가도오늘 이 꽃길,이 웃음, 이 향기…우리 마음속에영원히 피어 ..

누구냐, 넌?

2주 전,'막가부부'와 우리 ‘두리두바퀴’는 궁평항까지 자전거 라이딩을 약속했습니다.햇살 좋은 날이 이어지던 중, 하필이면 약속한 바로 그날에 비 소식이 들려와 아쉬운 마음을 시로 표현해보았습니다.누구냐, 넌?왜! 하필이면!어제는 햇살이 반짝였고오늘도 볕이 쨍쨍하다.그런데 자전거 타려던바로 그 내일,비가 온다고?도대체 누구 작품이냐?기상청인가, 하늘인가아니면 내가 너무 들떴나?이건 분명자연의 잘난 척이다.내 페달만 안 불쌍해…ㅠㅠ

자전거 타기로 한 나와의 약속

눈을 떴다.뒤척였다.일어났다.밥을 먹었다.자전거를 타기로 한 나와의 약속이문득 떠올랐다.하지만몸은 무겁고,마음은 침대에 머무르고 싶다.다시 눕는다.그러나 잠도 오지 않는다.고요한 방 안,멈춰 선 시간 속에서스스로를 다그쳐 본다.그래,일어나자.느려도 괜찮다.나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오늘도 다시, 페달을 밟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