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갯골생태공원 12

쉼표 하나, 가는 봄

쏟아지는 햇살을 뒤로하고,달리던 페달을 살며시 멈춘다.나무 그늘 벤치 위,조용한 쉼표처럼 나란히 앉는다.정성껏 싸 온 도시락,젓가락 끝에 사랑이 담겨 있다.벤치 앞 습지엔 갈대들이바람의 손길에 스르르,속삭이듯 노래하고—나뭇가지 사이에서, 갈대숲 속에서,작은 새들 목청껏 봄을 부른다.그늘 속 벤치마다누군가의 봄이 머무르고,우리의 시간도그 속에 조용히 젖어든다.잠시 머문 봄을 접고,다시 길을 떠난다.들판과 논, 곳곳에어린 모가 가지런히 심어져 있고,모를 기다리는 논엔바람이 빨래판 같은 물결을 일으키며조용히 스쳐간다.-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2025년 5월 26일 월요일

아카시아 꽃길 위에서

비를 데려오려는지회색빛 하늘 아래바람은 살랑살랑, 속삭입니다.시흥갯골생태공원 아카시아 꽃길,두리두바퀴, 우리 부부는 자전거 위에 조용히 몸을 실었습니다.앞에는 나,뒤에는 아내.나란히 맞추는 페달 소리엔우리의 긴 시간과 마음이 담겨차분히 흘러갑니다.흙길을 구르는 바퀴 소리는샤르르, 샤르르―그 속삭임에 마음도 부드러워지고,하얗게 핀 아카시아꽃 사이로수줍은 듯 찔레꽃도바람에 살랑이며 인사를 건넵니다.달콤한 아카시아 꽃향기가코끝을 간지럽히는 순간,“자기야, 향기 좋지?”아내의 미소가 피어오르고,세상은 그 웃음 하나에잠시 멈춘 듯 고요해졌습니다.말없이 달리는 길 위에서함께 걸어온 날들을 떠올리고,지금 이 순간,참 고맙다는 마음이 피어납니다.계절은 흘러가도오늘 이 꽃길,이 웃음, 이 향기…우리 마음속에영원히 피어 ..

봄날, 스쳐가다

차가운 바람 속으로햇살이 쏟아진다.달리던 길가,라일락 향기가잠시 코끝에 머물다 스러진다.시흥갯골생태공원,봄을 품은 사람들이하나둘 스쳐 지나간다.냉이꽃들은페달 밑에서 작은 숨을 쉰다.들판 저편,흙을 고르는 농부의 손길에도봄이 묻어난다.나는 잠시 멈춰 선다.나는 안다.이 순간마저바람처럼, 빛처럼조용히 사라질 것을.

봄에는...

낭만 자전거냉이꽃이 하늘하늘 춤추는 길 위로우리는 두 바퀴로 스치듯 지나간다.마치 봄의 연인처럼,바람과 함께 노래하며.멀리 줄지어 선 느티나무들은초록빛 첫사랑을 나누듯파릇파릇 잎사귀를 흔들며 춤을 추고,우리는 그 곁을 따라 나란히 달린다.늘어진 가지 아래,그네 타는 아이처럼 흔들리는 가지그 밑을 지나고,길가 몇 송이 남은 수선화는 바람에 마지막 인사를 하고,그옆 벚꽃나무는 아직 꿈결 속에서하품을 하며 줄지어 서 있다.자전거 길 옆,느티나무가 작은 속삭임으로 봄을 알리고,논은 아직 게으른 꿈을 꾸는 중이다.갯골 옆 새싹은 살금살금 잠에서 깨어나고,우리는 조용히 다리를 건너바퀴는 천천히 집으로 향하지만,우리 마음엔 아직,이른 봄빛이 살짝 물들고 있다.♧ 영상시청 ♧https://youtu.be/WIcxJM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