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글 7

궁평항, 노란 꽃잎, 푸른 바다

2025년 5월 22일 목요일햇살은 오늘말없이 등을 밀어주었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딱 그만큼의 온기로...길가엔아카시아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고,황금계국 노란 꽃잎은바람에 살랑이며 인사를 건넨다.울퉁불퉁 비포장길갑작스레 멈춘 두 바퀴펑크 난 바퀴처럼우리도 잠시 멈춰 섰다.다시 굴러간다.영종로 자전거길은 비교적 부드러웠다.하지만 역풍은 슬그머니 앞을 막아섰다.그 바람 속에서도우리는 웃으며 달렸다.궁평항에 닿자우리가 먼저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낚싯줄 드리운 풍경 속우리의 여정도 조용히 풀려나갔다.물회 한 그릇,식지 않은 오후 햇살 속에서우린 다시 페달을 밟는다.순풍은 등을 밀고엉덩이는 조용히 불평을 시작한다.안산이 보인다.‘이제 다 왔겠지?!’익숙한 풍경이 하나둘 손을 흔든다.집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

아카시아 꽃길 위에서

비를 데려오려는지회색빛 하늘 아래바람은 살랑살랑, 속삭입니다.시흥갯골생태공원 아카시아 꽃길,두리두바퀴, 우리 부부는 자전거 위에 조용히 몸을 실었습니다.앞에는 나,뒤에는 아내.나란히 맞추는 페달 소리엔우리의 긴 시간과 마음이 담겨차분히 흘러갑니다.흙길을 구르는 바퀴 소리는샤르르, 샤르르―그 속삭임에 마음도 부드러워지고,하얗게 핀 아카시아꽃 사이로수줍은 듯 찔레꽃도바람에 살랑이며 인사를 건넵니다.달콤한 아카시아 꽃향기가코끝을 간지럽히는 순간,“자기야, 향기 좋지?”아내의 미소가 피어오르고,세상은 그 웃음 하나에잠시 멈춘 듯 고요해졌습니다.말없이 달리는 길 위에서함께 걸어온 날들을 떠올리고,지금 이 순간,참 고맙다는 마음이 피어납니다.계절은 흘러가도오늘 이 꽃길,이 웃음, 이 향기…우리 마음속에영원히 피어 ..

어버이날에 부치는 글

고 도진선 부친 탄생 100주년을 기리며...이 글은 저의 아버지, 고 도진선 님의 탄생 100주년의 해를 맞아그분의 성실했던 삶과 따뜻한 사랑을 기억하며 쓴 시입니다.흙내음 가득한 밭두렁에서,자전거에 꿈을 싣고 달리던 그 길 위에서아버지의 모습은 언제나 저의 뿌리이자 그리움이었습니다.---아버지, 그리움의 밭두렁에서이른 봄,똥지개로 시작된 하루.냄새보다 더 깊이 밴아버지의 땀이 있었습니다.배를 움켜쥐고밭두렁에 주저앉으셨던 그날,고통스러운 얼굴이아직도 제 마음에서 떠나질 않아요.내 손에건위정 다섯 알을 곱게 빠서 소다와 함께 섞어종이에 조심스레 싸서 전한 그날,내 가슴은아픈 아버지의 모습에겁이 나고 조마조마했습니다.햇살이 높아지면엄마를 기다리며집 쪽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시간.머리에 점심밥이 담긴 다라를 ..

나의 이야기 2025.05.07

탄도항, 그날의 기억

어린이날,회색빛 하늘 아래자전거는 오늘따라 마음이 가지 않았다.곰곰이 생각 끝에“드라이브 갈까?”말없이 웃는 아내와 함께처음 마주하는 탄도항으로 향했다.아이들 웃음소리 따라갯벌엔 장화와 호미가 바쁘고누에섬 가는 바닷길엔물결보다 사람의 발자국이 더 많았다.우리도 그 길 따라조금 걷고, 조금 멈추며바람을 안고 바다를 담았다.돌아오는 길,항구 앞 칼국수와 해물전에늦은 점심을 나누며소박한 하루가 따뜻하게 채워졌다.아내의 처음 탄도항,바람 속에 웃음이 피었다.이렇게 우리 봄날도고요히 물들어 간다.

쉼표 같은 날

빗방울 톡톡, 창을 두드리는 날자전거는 조용히 벽에 기대고나도 고요히 숨을 고른다.회색빛 하늘 아래정다운 이와 마주 앉아해물칼국수 한 그릇,쌍화차 한 잔에 마음을 푼다.비는 우리 사이를 막지 못하고대화는 조용히 마음을 두드린다.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나는 쉰다, 몸도, 마음도.이 고요한 비 오는 날,우리는 더 가까워졌다.비 오는 날, 바깥 활동은 멈췄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깊어졌습니다.자전거도 잠시 쉬고, 몸도 쉬고,지인과 나눈 따뜻한 음식과 대화 속에서 삶의 쉼표 같은 여유를 느꼈습니다.

봄비 속을 달리다.

차창 너머, 도시의 길을미끄러지듯 달립니다.끝없이 이어진 차량의 숨결 속에나도 그 흐름이 되어 갑니다.봄비는 조용히 말을 겁니다.젖은 아스팔트 위로초록빛 꿈 하나씩 틔우는 가로수그 연두빛, 어린 잎들살며시 마음을 두드립니다.지나는 이 순간,시끄러운 세상 속 고요한 풍경나는 몰랐습니다.이토록 아름다운 것들이비 내리는 거리에도 피어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