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버이날에 부치는 글

한영(dohk61) 2025. 5. 7. 08:00

고 도진선 부친 탄생 100주년을 기리며...

이 글은 저의 아버지, 고 도진선 님의 탄생 100주년의 해를 맞아
그분의 성실했던 삶과 따뜻한 사랑을 기억하며 쓴 시입니다.

흙내음 가득한 밭두렁에서,
자전거에 꿈을 싣고 달리던 그 길 위에서
아버지의 모습은 언제나 저의 뿌리이자 그리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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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리움의 밭두렁에서

이른 봄,
똥지개로 시작된 하루.
냄새보다 더 깊이 밴
아버지의 땀이 있었습니다.

배를 움켜쥐고
밭두렁에 주저앉으셨던 그날,
고통스러운 얼굴이
아직도 제 마음에서 떠나질 않아요.

내 손에
건위정 다섯 알을 곱게 빠서
소다와 함께 섞어
종이에 조심스레 싸서 전한 그날,
내 가슴은
아픈 아버지의 모습에
겁이 나고 조마조마했습니다.

햇살이 높아지면
엄마를 기다리며
집 쪽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시간.
머리에 점심밥이 담긴 다라를 이고
동구 밖에 나타나던 엄마,
허기진 기다림 속에,
엄마의 발걸음이 더 빨랐으면 했습니다.

파를 다듬고,
부추를 손질하며
저울 위에 한 단 한 단,
같은 무게로 곱게 묶어
준비하느라
늦은 밤까지 불 밝혔던 날들.

그리고 새벽,
산더미 같이 준비한 농산물을
자전거에 위태로이 짐을 싣고
시장길로 나서시던
아버지의 뒷모습.

그렇게 한푼두푼
정성스레 모은 돈으로
부엌 하나, 방 하나뿐이던
초가집을 벗어나
아버지는 석가래를 직접 깎고 다듬어
새로운 기와집을 지으셨죠.

나는 그 집이 얼마나 좋았던지,
완공도 되기 전 다락방에 올라가
잠들었던 밤들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없는 살림에도
아버지는 큰맘 먹고
서울 창경원 구경을 시켜주겠다며
함께 가자 하셨지만,
나는 선뜻 따라나서지 못했습니다.

그때 왜 그렇게 망설였는지,
지금은 너무나 후회됩니다.
아버지 뜻에 따를걸—
그 하루가 평생의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아버지의 얼굴,
다정할 때도, 웃을 때도,
아플 때도, 화가 날 때도
그 모습 그대로
오늘따라 더욱 그립습니다.

아버지,
너무너무 보고 싶습니다.

---

하늘에서도 편안히 계시기를.
2025년 어버이날을 맞아,
사랑하는 아버지께 이 마음을 바칩니다.

— 2025년, 넷째 현광 올림

내가 고1때(이 사진에 대한 추억이 전혀 기억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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