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14

누구냐, 넌?

2주 전,'막가부부'와 우리 ‘두리두바퀴’는 궁평항까지 자전거 라이딩을 약속했습니다.햇살 좋은 날이 이어지던 중, 하필이면 약속한 바로 그날에 비 소식이 들려와 아쉬운 마음을 시로 표현해보았습니다.누구냐, 넌?왜! 하필이면!어제는 햇살이 반짝였고오늘도 볕이 쨍쨍하다.그런데 자전거 타려던바로 그 내일,비가 온다고?도대체 누구 작품이냐?기상청인가, 하늘인가아니면 내가 너무 들떴나?이건 분명자연의 잘난 척이다.내 페달만 안 불쌍해…ㅠㅠ

자전거 타기로 한 나와의 약속

눈을 떴다.뒤척였다.일어났다.밥을 먹었다.자전거를 타기로 한 나와의 약속이문득 떠올랐다.하지만몸은 무겁고,마음은 침대에 머무르고 싶다.다시 눕는다.그러나 잠도 오지 않는다.고요한 방 안,멈춰 선 시간 속에서스스로를 다그쳐 본다.그래,일어나자.느려도 괜찮다.나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오늘도 다시, 페달을 밟자.

봄날을 만끽하는 두 바퀴 – 승기천에서 시화나래까지

4월의 맑은 봄날, 아내와 함께 2인용 자전거를 타고,승기천에서 시화나래휴게소까지 왕복하며눈과 코와 마음이 모두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봄꽃, 바람, 향기, 그리고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그 모든 순간을 시 한 편과 함께 남겨봅니다.봄날을 만끽하는 두 바퀴4월의 햇살이 유난히 고운 목요일,쉬는 날 아내와 함께두 바퀴 위에 마음을 실었다.승기천 자전거길 따라가슴엔 바람을 안고, 눈엔 햇살을 담고,활짝 핀 튤립이 우리를 부른다.페달을 멈추고, 사진 한 장—그 순간 봄이 멈춰 선다.걷는 이도, 달리는 이도모두가 봄의 풍경이 되어 스쳐가고느티나무는 푸른 기지개를 켜며바람 따라 그네를 탄다.물가엔 잡초들이 푸릇푸릇,작은 숨결마저 생기롭다.소래 바닷가 길을 달리면라일락 향기가 코끝에 스미고,해송십리길 너머, 오이도..

익어가는 우리들

오랜만에 친구들을강욱이 농장에서 만났다.많은 얼굴은 아니었지만,하나하나 너무 반가운 얼굴들.총무 해경이,강욱이랑 땀 흘리며 음식 준비하느라 고생했지.덕분에 우리, 배부르고 마음도 따뜻했어.수다꽃 피우며어릴 적 얘기부터 요즘 사는 이야기까지시간은 훌쩍, 마음은 몽글몽글.누군가 말했지,나이 드는 건 늙는 게 아니라,익어가는 거라고.그래서 지금 우리는천천히, 예쁘게,맛있게 익어가는 중이야.이번에 못 나온 친구들아!너희는 얼마나 잘 익었니?다음엔 꼭 보여줘.너희 얼굴, 너희 웃음,그리고, 너희 이야기까지!

다시, 고향으로

하던 일을 멈췄다.심장이 먼저 고동친다.의정부!내 고향, 내 사람들—그곳으로 간다.강욱이네 농장.고향을 지키는 그 자리,우리는 거기서 다시 모인다.말 없이, 그러나 굳건히.한강을 건넌다—비에 젖은 창밖으로강 위를 스치는 바람은 낯익고,저만치 보이는 작은 산들엔하얀 꽃이 젖어 고개를 숙이고,연두빛 새싹들이 조용히 숨을 고른다.그리고… 그 너머, 북한산!웅장하고 거대한 그 산이빗속에서도 묵묵히 나를 지켜본다."고요히, 이곳을 지나야 한다"고향이 내게 속삭인다.오늘은, 어느 얼굴이 나올까?늘 나오는 그 친구들일까?아니면,기다림 속에 묻혀 있던그리운 누군가가젖은 어깨 위로조용히 나타나 줄까?가슴이 뛴다.비에 젖은 두근거림을 안고나는,다시, 고향으로 간다.

여섯 살 우주를 품다

하루하루가 새로워지는 여섯 살,내 손주 우주는이 작은 세상 속에서가장 반짝이는 별이다.작은 발자국으로세상을 밟아가는 여섯 살 우주,가방보다 더 큰 웃음을 품고유치원에서 친구란 별들을 주워 온다.엄마 따라 춤을 추고할아버지한텐 이렇게 말한다.“할아버지는 내 놀이터야!”장난처럼, 진심처럼할머니 손 꼭 잡고는“우리 친구 하자~”속삭이며 웃는다.밥을 잘 먹을 때도 있지만“할머니가 먹여줘~”귀여운 투정은 사랑을 부른다.가끔은 말을 안 들어조금 밉기도 하지만한 번 안기고,한 번 재롱 부리면세상 그 무엇보다 예쁜 아이가 된다.밤이면할머니 옆에 꼭 붙어 누워“동화책 읽어줘…”조용히 조르다가쌔근쌔근 꿈나라로 떠난다.그 자는 모습,이 세상 어떤 말로도 다 담을 수 없는작고, 따뜻한…나의 우주.

봄비 속을 달리다.

차창 너머, 도시의 길을미끄러지듯 달립니다.끝없이 이어진 차량의 숨결 속에나도 그 흐름이 되어 갑니다.봄비는 조용히 말을 겁니다.젖은 아스팔트 위로초록빛 꿈 하나씩 틔우는 가로수그 연두빛, 어린 잎들살며시 마음을 두드립니다.지나는 이 순간,시끄러운 세상 속 고요한 풍경나는 몰랐습니다.이토록 아름다운 것들이비 내리는 거리에도 피어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