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문득
대통령 선거일로
유치원이 쉬는 날이라
일을 멈추고 두 바퀴를 꺼냈다.
우리 셋,
앞에는 나,
그 뒤로 아내,
그리고 가장 뒤에 손주가 앉았다.
아라뱃길에 이르자
손주의 눈이 반짝였다.
이젠 두 번째지만
뒤에 타는 건 아직 어색한 듯,
그 눈엔 여전히 설렘이 가득했다.
나는 조심스레
천천히 페달을 밟았지만,
손주는 외쳤다.
“더 빨리, 할아버지!”
햇살이 웃고
바람이 등을 밀었다.
우리는 그렇게, 달렸다.
방화대교 아래,
쉼터에 사람들이 모여 있고
손주는 어른들 운동기구 위에서
세상 다 가진 듯 놀았다.
조금 더, 더 멀리
우린 다시 페달을 밟았다.
양화대교 아래
놀이터에서 멈춘 순간,
손주는 그곳에서 떠날 줄 몰랐다.
세상은 지금
그 작은 손에 꼭 쥐어져 있었고
나는 한참을 바라보다
“또 오자” 조용히 말한다.
해 기울기 전에
우리는 출발지로 돌아왔다.
두 바퀴에 남은 온기처럼
오늘 하루도 오래 남길 바란다.
ㅡ 한강 자전거길에서 ㅡ
2025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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