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숲 2

흐린 날, 풍경 속을 걷다

비 소식 들려오던 아침,창밖엔 조용히 빗방울이 맺히고우린 말없이 배낭을 메었다.두 바퀴는 오늘 잠들어 있고우린 두 발로,달리던 그 길을느리게, 이야기꽃 피우며 걷는다.서창동 연못가엔연꽃이 발길을 붙잡고마음도 함께 머문다.소래습지생태공원,갈대숲 사이 새들은 노래하고탐방로 옆, 보라빛 광대싸리가 조용히 웃는다.발아래 털부들은 바람 따라 살랑이며우리를 풍경 속으로 이끈다.오랜 세월 소금꽃 피우던 염전창고는 지친 허리 굽히고,짠내 가득했던 염전도오늘은 조용히 쉰다.돌아오는 길,줄지어 선 붉은 넝쿨장미가우리 마음 한켠을 설레게 하고,그리고메밀냉면 한 그릇 앞에 앉아우린 오늘 하루를조용한 시처럼 마무리한다.ㅡ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ㅡ 2025년 6월 2일

쉼표 하나, 가는 봄

쏟아지는 햇살을 뒤로하고,달리던 페달을 살며시 멈춘다.나무 그늘 벤치 위,조용한 쉼표처럼 나란히 앉는다.정성껏 싸 온 도시락,젓가락 끝에 사랑이 담겨 있다.벤치 앞 습지엔 갈대들이바람의 손길에 스르르,속삭이듯 노래하고—나뭇가지 사이에서, 갈대숲 속에서,작은 새들 목청껏 봄을 부른다.그늘 속 벤치마다누군가의 봄이 머무르고,우리의 시간도그 속에 조용히 젖어든다.잠시 머문 봄을 접고,다시 길을 떠난다.들판과 논, 곳곳에어린 모가 가지런히 심어져 있고,모를 기다리는 논엔바람이 빨래판 같은 물결을 일으키며조용히 스쳐간다.-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2025년 5월 26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