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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남의 험담을 하게 되는 심리

한영(dohk61) 2018. 6. 30. 00:20

사람들은 둘만 모여도 남 얘기하길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칭찬은 별로 없고 대개 누군가에 대한 험담입니다. 험담을 하는 데는, 다른 사람은 모르는 그의 비밀을 나는 알고 있다는 것을 과시해 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목적도 있고, 너와 나는 은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지라는 감정을 가지게 해 상대와 서로 결속력을 다지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어색한 사이에서 가장 쉽게 말을 틀 수 있는 주제가 유명인의 뒷얘기이듯, 험담은 적절하게만 사용하면 의사소통시 조미료처럼 쓰일 수 있죠.

 최근 네덜란드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직장인을 대상으로 회사에 대해 불평불만하기를 즐기는 그룹과 아무런 말도 못 하는 그룹을 비교했더니, 의외로 불평불만을 함께 나눈 동료들 사이가 팀워크도 뛰어났고 업무성과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남에 대해 험담을 하는 동안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여주는 세로토닌이 증가되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자들은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험담이 도를 지나치면 문제가 되곤 합니다. 종종 남을 깎아내리려는 의도에서 한 험담은 도리어 자신의 평판이 나빠지는 결과로 되돌아오기도 합니다. 험담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배후에는 일단 그 사람의 평판을 깎아내림으로써 상대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올리고, 상대방의 동조를 통해 이를 재확인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되면 상대에 대한 시기심과 열등감이 드러날 뿐입니다. 이런 점에서 험담이란 평판을 둘러싼 일종의 생존게임과도 같습니다. 인간관계에서 필요악인 셈입니다.

 

‘최후통첩게임’이라는 한 행동심리학 실험을 살펴보겠습니다. 실험자는 A에게 10만 원을 주고 10만 원 중 일부를 B에게 주라고 합니다. 얼마를 주든 상관없지만 만약 B가 금액이 적다고 거부하면 그 10만 원은 다시 몰수될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그러자 실험 결과, 서로의 눈치를 보던 A와 B는 평균 4만 원가량을 주는 쪽으로 합의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 입장에서는 B에게 1만 원만 주는 게 이득이며 B의 입장에서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1만 원이라도 받는 것이 나을 텐데, 두 사람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인 4만 원을 주고받았습니다. 상대의 눈치를 보는 비용이 무려 40퍼센트나 된다는 것입니다. 이 실험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이기적인 욕구와 좋은 평판을 받고 싶은 욕구가 공존하며, 이러한 욕구는 상대방의 반응보다 자신의 내적 기준에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좋은 평판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데도, 또한 때로 자신의 평판이 안 좋아지는 결과로 되돌아올 수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가 험담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내재된 열등감을 들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열등감을 갖고 태어나며 이러한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열등감은 무의식 중에 작동하므로 자기 자신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자신의 약점이나 단점을 자극하는 경우, 나도 모르게 타인에 대한 험담들을 늘어놓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열등감은 감춰지고 대화가 훨씬 편해지는 것이죠. 노골적으로 열등감을 표출하는 경우도 많은데, 심하면 심할수록 대화의 대부분이 타인 혹은 사회의 단점, 문제점에 대한 지적으로 가득합니다.

 

물론 상대에 대해 개인적으로 감정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상대가 자신에게 피해를 입혔거나, 평소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들인데, 대개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자제하기 힘들어 같은 험담을 반복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알아두어야 할 점은, 자신의 마음에 깊이 들어오는 사람은 그의 속성이 나의 약한 부분, 즉 열등감을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별일 없이도 이상할 정도로 상대방이 밉다면, 그것은 대개 자신이 가진 문제점과 똑같은 점을 그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그저 불안수준이 높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은 대화 시의 불안감으로 수다스러워집니다.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계속해서 말을 하며, 상대가 자신에게 주목하지 않을까 봐 비밀이야기나 독특한 주제를 계속 꺼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실컷 얘기를 하고 나면 자신의 애초 의도와는 달리 험담만 잔뜩 한 것처럼 느껴져 부끄러움이 밀려오고, 이후의 대인관계에서도 불안이 더 커져만 가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경쟁심이 강해도 험담에 몰두하기 쉽습니다. 평소에는 경쟁심을 드러내지 않다가 편하게 얘기하는 상황에서 속마음이 드러나기도 하고, 일상에서조차 경쟁심이 많아 누군가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을 가볍게 넘기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행여 자신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지는 않을까 불안하므로, 다른 사람을 은근히 폄하하고 싶은 심리를 갖고 있습니다.

 

자기애적인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잘났음을 과시하려 하거나 자신의 가치관만이 옳다고 고집하는 독선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들은 자신의 과시와 독선이 성공적으로 먹히지 않을 때 경쟁심리와 맞물려 분노를 드러내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이 있다면 이들을 경멸하고 헐뜯는 것입니다.

 

열등감이 험담으로 드러날 때, ‘투사’나 ‘합리화’ 같은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한다면 오히려 본인의 평판에 해가 될 뿐입니다. ‘투사’란 자신의 문제이지만 자기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때 이것을 외부의 다른 사람의 속성으로 돌리는 심리기제입니다. 속담으로 치자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합리화’는 무의식적 동기에 의해 어떤 행동을 해놓고는 그에 대해 그럴싸한 이유를 꾸며내는 심리를 말합니다. 누군가가 부럽고 얄밉게 느껴지면 이런 감정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그의 단점을 지적하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방어기제는 스트레스 상황에 적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 이때 성숙한 방어기제가 사용된다면 그 상황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유머는 성숙한 방어기제라고 볼 수 있죠. 험담이나 뒷담화가 적당한 선에서 유머감각과 함께 이루어진다면, 이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공격성의 표현 창구이자 평화적이고 현실적응적인 배설구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험담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며 위트나 유머와도 통할 수 있습니다.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열등감이나 경쟁심, 과시욕 등을 적절히 해소하고, 과한 험담을 고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이 행동해보세요.

 

먼저, 자신의 열등감을 확인해봅니다. 그런 다음 자신이 남의 험담을 하게 되는 근본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이 있기 때문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실을 말한 것뿐이지 열등감이 아니다”라고 변명할 수도 있지만, 자신감이 있으면 항상 여유가 있는 법이죠. 아들러의 지적대로 자신에게도 열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가 부러워하는 그 사람만큼 될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로, 나도 모르게 남에 대해 험담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 그 순간 말하는 것을 잠시 멈추도록 합니다. 그런 다음 주변사람들이 나의 따분한 이야기에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 자신이 열등한 사람 혹은 자신의 행동을 눈치 채지 못한 채 남의 험담만 하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나쁜 평판을 받을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죠. 자신에게 악영향만 있다면 절대 험담은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셋째로, 다른 사람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유머감각을 발휘하는 것으로, 상대방을 나쁘게 말하는 척 칭찬하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일부러 폄하하거나 비꼬아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반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감각이 부족하다면 안 좋은 얘기를 하다가 마지막에, 억지로라도 긍정적으로 끝맺음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인간관계는 평판을 둘러싼 게임이므로 자신의 인상과 평판을 좋게 남기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에 대해 좋게 말해주는 습관을 갖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시샘과 경쟁심이 많고 마음속에 눌려 있는 분노와 적개심이 큰 것 같다면, 이를 다른 형태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게임이나 스포츠는 정해진 룰 안에서 공격성을 표출하고 경쟁심을 충족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응원하는 것도 좋고, 축구처럼 몸을 맞대며 실컷 땀을 흘리는 운동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출처 : 가족심리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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