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시집

다시, 고향으로

한영(dohk61) 2025. 4. 22. 08:10

하던 일을 멈췄다.
심장이 먼저 고동친다.

의정부!
내 고향, 내 사람들—그곳으로 간다.

강욱이네 농장.
고향을 지키는 그 자리,
우리는 거기서 다시 모인다.
말 없이, 그러나 굳건히.

한강을 건넌다—
비에 젖은 창밖으로
강 위를 스치는 바람은 낯익고,
저만치 보이는 작은 산들엔
하얀 꽃이 젖어 고개를 숙이고,
연두빛 새싹들이 조용히 숨을 고른다.

그리고…
그 너머,
북한산!
웅장하고 거대한 그 산이
빗속에서도 묵묵히 나를 지켜본다.

"고요히, 이곳을 지나야 한다"
고향이 내게 속삭인다.

오늘은, 어느 얼굴이 나올까?
늘 나오는 그 친구들일까?
아니면,
기다림 속에 묻혀 있던
그리운 누군가가
젖은 어깨 위로
조용히 나타나 줄까?

가슴이 뛴다.
비에 젖은 두근거림을 안고
나는,
다시, 고향으로 간다.